가정폭력 피해자인 이라크 여성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가족에게 입은 폭력이더라도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난민협약상 '박해'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신세아 판사는 이라크 여성 A 씨가 서울출입국 외국인청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소송(2024구단11399)에서 A 씨에 대한 난민불인정 처분을 취소했다.
[사실관계]
A 씨는 이라크의 독실한 수니파 이슬람교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A 씨는 이슬람교의 교리에 따라 어린 시절부터 남성에게 복종할 것을 강요당하고 가족으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경 A 씨의 오빠인 B 씨는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항의하는 A 씨를 발로 차 바닥에 쓰러뜨리고 얼굴을 주먹으로 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2020년 8월경 A 씨의 어머니는 평소와 귀가 시간이 다르다는 이유로 A 씨를 폭행했다.
A 씨는 2021년 1월 한국에 입국한 뒤, 같은 해 2월 서울출입국 외국인청에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서울출입국 외국인청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51년 협약' 제1조 및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67년 의정서' 제1조에서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난민불인정결정을 했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소송을 냈다.
[법원 판단]
법원은 A 씨가 박해를 받을 것이라는 공포가 있었고, 국적국인 이라크 정부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난민인정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했다.
[법원 판단 요지]
-△여성이 남성 가족구성원에게 복종하지 않는 경우 여성에 대한 폭력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적·문화적 규범이 존재하고 △정부 내지 사법기관에 의해 폭력에 대한 처벌 등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구조는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해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이 발생하는 경우로서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에 해당한다.
-공권력의 개입이 배제되는 사적 영역에서 사인(私人)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이 '사적인 폭력'에만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 사건은 이슬람 종파의 규범을 기반으로 국가의 방치 속에서 존속되어 온 구조적인 문제에 해당한다. 따라서 A 씨에 대한 폭력의 주체가 사인이라는 것만으로 박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A 씨가 국적국으로 귀국할 경우 가족의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설령 가족이 A 씨에게 폭력을 가하지 않고 가족에서 그를 축출하는 것에 그치더라도, 국적국이 A 씨를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출처] 법률신문 한민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