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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착공 전 지연, 공사정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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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7회 작성일 26-07-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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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발주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책임으로 공사 착공이 장기간 늦어졌다며 건설사들이 낸 소송에서 LH가 승소했다. 건설사들은 공사계약에서 정한 ‘공사정지에 따른 지연배상금’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해당 조항이 공사를 시작한 뒤 공사가 정지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5월 29일 A 사 등 건설사들이 LH(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에이펙스 박기웅, 심유진 변호사)를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2026다200798)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실관계]

LH는 경기 화성 지역에서 진행된 공사의 발주기관이고, A 사 등은 공사를 도급받은 건설사들이다.


A 사 등은 2009년 12월 9일 LH와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달 24일 착공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LH의 사업부지 확보 등 관련 절차가 늦어지면서 실제 공사는 장기간 시작되지 못했다.


A 사 등은 현장관리인을 배치하고 지장물 조사와 현황 측량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LH도 2012년부터 여러 차례 현장관리 방안을 통보하거나 착공을 준비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LH는 2015년 8월 10일 A 사 등에 착공을 요청했고, A 사 등은 같은 달 24일 공사를 시작해 2021년 6월 30일 공사를 마쳤다. LH는 계약에서 정한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했다.


이후 A 사 등은 LH의 책임으로 착공이 늦어졌다며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47조 제4항이 근거로 약 98억5,800만 원의 지연배상금을 청구했다. 이 조항은 발주기관의 책임 있는 사유로 공사가 정지된 기간이 60일을 넘으면 잔여 계약금액과 초과일수 등을 기준으로 산정한 지연배상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하급심 판단]

1심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 조항이 착공 지연에도 적용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은 “발주기관의 책임으로 공사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착공 전후를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A 사 등이 실제 공사에 착수하기 전이어서 손실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 지연배상금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LH가 A 사 등에 약 49억2,9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해당 조항이 착공 후 진행 중이던 공사가 정지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고 1심 판결 중 LH 패소 부분을 취소했다. 착공신고서 제출이나 지장물 조사, 현황 측량 등은 본격적인 착공에 앞선 준비행위에 불과하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도 공사정지에 따른 지연배상금 조항을 착공 지연에까지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발주기관의 책임으로 공사가 정지돼 계약 상대방이 입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일종의 지체상금 약정이다. 발주기관에 지체상금 지급책임을 부과하는 조항인 만큼 적용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조항에 사용된 ‘공사정지’와 ‘잔여 계약금액’이라는 표현은 공사가 시작돼 일정 부분 진행된 경우를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47조는 현장감독자가 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는 경우를 정한 뒤 그에 따른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 체계에 비춰도 착공 후 공사가 정지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수급인이 준공기한을 넘겼을 때 부담하는 지체상금도 착공 지연이 아니라 준공기한 도과를 요건으로 한다. 이에 상응해 발주기관의 책임으로 착공이 늦어졌더라도 배상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형평에 맞는다.


-착공 지연에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으면 수급인이 손실을 떠안을 우려가 있지만, 수급인은 계약기간 연장과 계약금액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해석이 수급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들이 착공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거나 지장물 조사와 현황 측량 등을 수행했더라도 본격적인 착공에 앞선 준비행위에 불과해, 2015년 8월 24일 이전에 공사를 시작했다고 볼 수 없다.


안재명 기자


출처 : 법률신문 안재명기자